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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발암식품?
충격적이지만 그런 ‘섬뜩한’ 주장을 하는 의사가 있다. 바로 서울시 강남구 잠원동에서 힐링스쿨과 힐링클리닉을 꾸려가는 황성수 박사(전 대구의료원 신경외과 의사)다. 그는 일반 의사에겐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주장을 또 한다. 약 없이 음식만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바로 ‘현미채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황 박사는 30여년간 뇌졸중·당뇨병 등을 주로 진료해왔다. 어느 날 뇌졸중환자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았다. 모두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중 하나는 갖고 있었다. 왜 그럴까 공부하던 중 음식 치료에 대한 책을 접한다. 그는 “생리학·생화학을 다시 공부하며 현미밥과 채식이 혈당과 혈압을 낮출 수밖에 없는 이유, 과량의 단백질이 든 고기·생선이 만병을 일으키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정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치는 젓갈 때문에 암 위험이 있으니 먹지말라”고 강조하는 그는 1991년부터 고기는 절대 먹지 않는 ‘비건(Vegan·절대 채식주의자)’으로 살고 있다. 황 박사와 같은 주장을 하는 채식주의 의사들이 모여 최근 ‘약 없는 임상의학회’를 창설했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의사는 이런 흐름을 무척 경계한다. 그들은 황 박사의 주장은 황당할 정도로 반의학적이어서 의사계에서조차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황 박사와 함께 대구에서 채식주의운동을 했던 임재양 외과 원장도 조금 거리를 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채식을 해도 병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채식을 하더라도 우리는 운명적으로 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는 건 인정해야 된다. 때에 따라서는 육식주의자보다 더 빨리 삶을 마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렇게 채식으로 간 사람은 병과 건강에 대해 달리 생각한다. 육식주의자들은 자기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병에 걸리면 아주 당황한다. 유명 채식주의자 중에도 병에 걸려 젊은 시절 요절한 이도 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는 그걸 아주 담담하고 순리로 받아들이더라.”
‘특정 식품이 만병통치’ ‘친환경·진액 100%’ 등 건강·힐링푸드 광고와 대증요법 과신해선 곤란
약선전문가의 건강食에 한방-양방 의견 다르고 특정질환 처방食 제각각 채식-육식 놓고도 이견
“영양소 복합작용 모른채 神의 영역 아웅다웅격”
◆국내에만 폭증하는 만병통치食
인간은 쉽게 길들여지고 믿는다. 특히 한국인은 ‘카더라 지식’에 최면이 잘 걸린다. 이런 특성을 악덕업자가 잘 악용한다. 지구상에 대한민국만큼 ‘특정 음식이 몸에 좋다’는 말을 제멋대로 흔들고 다니는 나라도 없다.
‘몸에 이롭다’는 건 이미 의학의 영역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도 자연치유를 믿는 대증요법 전문가들은 자신이 개발한 건강식품을 만병통치약이 된 것처럼 홍보한다. 의학 사각지대에서 암약하는 자들이 현대판 허준인 양 제도권 의학을 마구 흔들어댄다.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를 잡을 수 있지만 그 소가 매일 쥐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불가(佛家)에 비전되는 온갖 민족의학술을 다 동원했다가 결국 응급실 뒷문으로 들어간 고승도 적잖다. 지금도 뒷골목에 진을 치고 불치병을 치료해준다는 제사장급 능력자들이 숱하게 많다.
현재 국민 5명 중 한 명은 당뇨병 위험군에 있다. 당뇨병 1천만명 시대를 맞은 것이다. 심각한 일이다. ‘건강염려증’에 걸린 국민은 몸에 좋은 것이라면 촉각을 곤두세운다. 자연히 건강식품과 힐링푸드 시장이 비약적으로 팽창했다. 지금도 주요 일간지 광고를 주름잡는 건강식 내용을 보면 다들 충동구매 욕구를 느낀다.
가격이 붙은 시중의 상품은 자연상태에서 많이 멀어져 있다. 하지만 광고전문가는 그 멀어짐을 교묘하게 지운다. 친환경 100%라고 하지만 성분 분석표를 보면 겁이 난다. 전세계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다국적 식재료가 온갖 성형술을 거쳐 특정 식품이 된다. 채 10%도 안되는 진액만 들어가도 진액 100%로 홍보해도 되는 게 현실이다. 우유도 술도 100% 자연 재료는 없다. 먹기 좋게 다 첨가제를 넣었다. 현행 ‘식품공전’상 유통되는 식품은 부패와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법정 방부제와 첨가제 등을 첨가하게 돼 있다. 물론 식용이라고 하지만 그 식용의 위해성을 수십년간 임상시험한 결과는 아니다. 특정한 징후가 단기간 나타나지 않으면 합법이다.
상품은 작품이 아니다. 유통되는 상품은 자기의 치명적 약점을 절대 양심선언하지 않는다. 특정 풀을 보고 이걸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하면 다들 혹하게 된다. 특정인이 자기도 그걸 먹고 무슨 병을 치료했다고 하면 파급효과는 일파만파다.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구입한 건강보조식품이 서랍장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게 한국의 일반 가정 풍속도이다.
◆먹는 게 고민인 시대
매주 금요일 심야에 방영되는 채널 A 인기프로인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
착한음식·착한식단을 바라는 소비자에겐 믿음직한 우군이다. 그는 10개 암행 촬영팀을 전국에 풀어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킨 영광굴비, 화학조미료가 난무하는 서해안 젓갈의 불법유통과정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유명 한정식 식단도 예외없이 손님에게 제공된 음식을 재사용하고 있는 현장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무슨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잔뜩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삶은 ‘복불복’인 것 같다.
기자의 외조부는 이 세상에서 나쁘다는 건 다 먹었다. 운동 하나 안해도 아흔 넘게 살다 큰병에 노출되지 않고 편하게 저세상으로 갔다. 장수촌에선 그렇게 격한 운동을 하지 않고 일상의 노동에 만족한다. 운동만이 대세라는 말도, 이런 음식만 먹으면 만사OK란 메시지도 불온하다.
인체는 오묘하고 신비하다. 청산가리, 황산, 염산, 독버섯 정도가 아니라면 자기 먹고 싶은 대로 먹어도 우리 몸은 알아서 다 소화시킬 거라고 믿는다. 식물 한 자락 발견할 수 없는 알래스카 주민에겐 숙명적으로 육식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예전 농촌의 삶은 동물성 단백질과는 인연이 멀었다. 그땐 화학조미료도 없었고 항상 몸에 좋다는 김치와 된장뿐인 삶을 살았다. 그런데도 다들 환갑 전에 운명했다. 지금은 어떤가. 공기, 물, 음식, 마음 상태가 그때보다 훨씬 나빠도 현대의학 덕분인지 예순을 훌쩍 넘어 평균 10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하잖는가.
기자는 힐링푸드와 관련해 대한민국 식품·의학 전문가의 상반된 주장을 듣고 나름 내린 결론이 있다. ‘몸에 가장 좋은 음식은 없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나쁜 음식일 수 있다는 것. 오래 음식을 먹지 않으면 굶어죽고, 채식주의자들이 그렇게 먹지말라는 동물성 단백질도 나름 존재이유가 있다고 본다.
약선전문가가 건강식을 몰고다닌다. 하지만 한의사·양방 의사와는 의견이 맞지 않는다. 특정질환에 대한 처방식도 제각각이다. 한의사들조차도 체질식을 놓고 서로 의견이 다르다. 채식주의를 경계하는 의사도 있다. 고기를 맘대로 먹어도 된다는 의학박사도 있다. 누군 국수를 좋아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한 전통약초연구가는 국수를 가장 몸에 안좋은 정크푸드로 고발했다.
현재의 식품성분분석법으로는 하루에 섭취되는 수백종의 영양소가 어떤 복합메커니즘에 의해 어떤 복합반응을 일으키는지 알 수 없다. 단지 한 가지 영양소만 갖고 실험해서 보고서를 낸다. 안 좋은 걸 먹는데 건강하고, 좋은 걸 먹는데 안 건강한 이유는 신(神)만이 알고 있을 것 같다. 안 좋다는 말도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만든 기준이기 때문이다.
■ MSG 유해론에 대한 ‘대상’의 반론
언론 사상 처음으로 ‘미원’ 제조사인 ‘대상’ 홍보실로부터 MSG(글루타민산나트륨)에 대한 반론을 싣기로 했다. 우리가 그들을 너무 오래 ‘마녀사냥’을 한 탓이다. 그들도 할 얘기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MSG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2000년대 이후 소득 증대와 함께 한국 소비자들의 건강지향적인 의식이 강화되었는데, 특히 자녀 건강을 매우 중요시 여기면서 천연 식품을 선호하게 되고, 인공, 화학, 합성, 정제, 조미료, 첨가물 등과 관련된 식품은 그 위해성의 실제 여부와는 상관없이 모두 불량한 식품으로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어서 MSG도 과거에 유해성 논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해성 논쟁은 전문기관에 의해 이미 안전한 것으로 판명이 된 해묵은 이슈다. 마지막으로 일부 식품업체들이 이러한 두 가지를 이용하여 MSG무첨가를 차별화 전략으로 홍보하면서 MSG 안전성 이슈가 더욱 심화되었다.
사실, MSG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1968년과 1980년대 초에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었지만 미국 FDA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MSG의 안전성을 재검토하였고, 1978년과 1980년 2회에 걸쳐 그 결과를 MSG가 인체에 해를 준다는 증거나 이유는 없다라고 발표하였다.
FAO/WHO연합 식품첨가제위원회에서도 1987년 MSG의 안전성에 대해 재검토한 결과 안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12주 미만의 영유아들도 성인과 동일하게 소화흡수한다고 재평가하였으며, EU식품과학위원회에서도 쥐, 개 등을 대상으로 한 급성 및 만성 독성실험에서 MSG로 인한 독성효과가 없음이 밝혀졌다.
결론적으로, 모든 이슈가 그렇듯이 진실 여부를 떠나 어떤 사안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가 사람들에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기억에 오래 남듯이 MSG의 위해성 이슈도 소비자들의 건강지향적인 트렌드와 함께 일부 식품업체들의 MSG무첨가 마케팅 전개로 다시 한국에서 재현되고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춘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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