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연지라는 저수지가 있는 대구시 달성군 옥포면 기세리. 시내버스가 다니는 큰 도로에서 좁은 2차로를 타고 20여분간 더 차를 타고 들어가야 나오는 산골이다. 그런데 이 기세리에 요즘 하루 평균 4000여 명이 찾고 있다. 주말이면 대구 구경을 온 외국인들까지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다. 이렇게 인파가 몰리는 이유는 기세리 옥연지를 중심으로 꾸며진 공원 하나 때문. ‘국민오빠’ 송해(89)씨를 주제로 만든 ‘송해공원’이다. 송씨는 TV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을 30년 가까이 진행하며 인기를 모으는 연예인이다.
대구 도심 한가운데 있는 ‘김광석 길’처럼 달성군 산골에 있는 ‘송해공원’이 새 명소로 뜨고 있다. 송해공원은 지난해 10월 65만7000㎡ 규모로 달성군이 60여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공원은 송해공원이라는 이름 그대로 송씨의 흉상과 데크 산책로·쉼터를 갖춘 ‘송해 둘레길’로 꾸며져 있다. 송씨 캐릭터가 그려진 아치형 구름다리와 얼음동산, 물레방아도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산책로 곳곳에 달린 스피커에선 그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안녕하세요. 송해입니다.”라고 송씨가 특유의 말투로 공원 이곳저곳을 소개한다. 공원 주차장 곳곳에 송씨 얼굴이 그려져 있고 공원 앞에 문을 연 송해슈퍼도 재밌다. 어두워지면 더 ‘송해’ 다워진다. 옥연지에 삿갓을 쓴 송씨의 형상이 나타난다. 송씨 조형물에 조명을 달아 물에 띄운 유등이다. 조만간 송씨의 손·발을 본뜬 핸드·풋 프린팅도 서울에서 가져와 공원에 설치한다. 달성군은 송씨 사후에 그의 유품을 모은 ‘송해기념관’도 세울 계획이다.
송씨와 기세리는 어떤 인연이 있는걸까.
송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김문오 달성군수가 2년전쯤 공원 명칭 사용을 제안하자 흔쾌히 승낙했다고 한다. 황해도 출신인 송씨는 부인 석옥이(82)씨의 고향이 이곳에 있어 애착이 있었다. 이 마을에 자신의 묘터까지 마련했다고 한다. 송씨는 6·25 전쟁 때 월남했다. 대구에서 군 생활을 하던 중 부인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연으로 2011년에는 명예 달성군민이 됐고 2012년엔 달성군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다. 달성군은 내년 말까지 30여억원을 더 들여 음악분수과 광장 등을 추가로 송해공원에 조성할 예정이다.